한때 세계적으로 인정받던 한국 영화가 요즘 위기를 맞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극한직업, 신과 함께 시리즈 같은 영화들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한국 영화 산업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극장을 찾는 관객이 급감하고, 대작 영화들이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1. 한국 영화 시장, 왜 위기에 빠졌나?
① 극장 대신 OTT, 관객들의 소비 패턴 변화
가장 큰 이유는 관객들의 영화 소비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영화를 보고 싶으면 극장을 가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이제는 넷플릭스, 디즈니+, 웨이브 같은 OTT 플랫폼이 대중화되면서 집에서 더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 변화가 가속화됐다.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자연스럽게 OTT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극장을 찾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게다가 OTT 오리지널 콘텐츠의 퀄리티가 점점 높아지면서 “굳이 극장에서 돈을 내고 영화를 볼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관객들이 많아졌다.
② 대작 영화들의 연이은 실패
흥행이 기대됐던 한국 영화들이 잇따라 실패한 것도 위기의 한 요인이다. 제작비 2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영화들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를 들어 2022년 개봉한 외계+인 1부는 최동훈 감독과 류준열, 김태리, 소지섭 등 스타 배우들이 총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했다. 스토리가 난해하고 러닝타임이 길다는 점이 지적받으며 흥행에 실패했다.
또 다른 사례로 한산: 용의 출현은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전작인 명량에 비하면 기대 이하의 흥행 성적을 거뒀다. 결국 관객들이 ‘대작’이라 불리는 영화들에 대한 신뢰를 잃기 시작한 것이다.
③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의 경쟁
한국 영화가 위축된 또 하나의 이유는 해외 영화, 특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마블 시리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등 할리우드 대작들은 여전히 강력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한국 영화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점점 더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범죄도시 시리즈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2. 범죄도시 시리즈가 성공하는 이유
① 확실한 정체성과 차별화된 액션
범죄도시 시리즈의 가장 큰 강점은 확실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원한 액션과 통쾌한 정의 구현을 보여준다. 마동석이 주연을 맡아 선보이는 묵직한 주먹 액션은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다.
또한 요즘 한국 영화들이 복잡한 서사를 추구하는 반면, 범죄도시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스토리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악당을 때려잡는다”는 명확한 주제와 빠른 전개는 관객들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② 개성 강한 악역 캐릭터
범죄도시 시리즈는 매 편마다 강렬한 악역을 등장시켜 긴장감을 유지한다. 1편의 장첸(윤계상), 2편의 강해상(손석구), 3편의 주성철(이준혁)과 리키(아오키 무네타카)까지, 악역들은 단순히 나쁜 놈이 아니라 나름의 개성과 매력을 가진 캐릭터들이다. 관객들은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주먹 한 방에 무너질지 기대하며 영화를 보게 된다.
③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
최근 한국 영화들은 무겁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많았다. 하지만 범죄도시는 그런 부담을 덜어낸다. 폭력적인 장면이 많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유머러스하고, 관객들이 스트레스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덕분에 10대부터 5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이 관람할 수 있는 영화로 자리 잡았다.
3. 범죄도시 시리즈가 한국 영화 시장에 주는 시사점
① 관객이 원하는 건 결국 재미다
최근 한국 영화들은 사회적 메시지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범죄도시는 그런 요소를 최소화하고, 철저히 대중이 원하는 ‘재미’에 집중했다.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교훈을 얻기보다는,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원한다.
② 캐릭터와 배우의 힘
마동석이라는 배우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다. 그의 독보적인 액션 스타일과 캐릭터는 이 시리즈를 상징하는 요소가 되었다. 앞으로 한국 영화가 성공하려면 강렬한 캐릭터를 만들고, 이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를 적절히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③ 시리즈 영화의 가능성
한국 영화 시장에서는 시리즈 영화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범죄도시의 성공은 한국 영화도 장기적인 기획과 확장을 통해 지속적으로 흥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더 많은 시리즈 영화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결론
한국 영화 시장이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범죄도시 시리즈는 꾸준한 흥행을 이어가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OTT의 확산, 대작 영화의 연이은 실패 등 여러 난관 속에서도 범죄도시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액션, 개성 있는 캐릭터, 그리고 확실한 브랜드 정체성을 무기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제 한국 영화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범죄도시가 보여준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대중이 원하는 영화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