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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위한 굿 윌 헌팅 감상기 (청춘, 상처, 선택)

by trip1950 2025. 4. 14.

굿윌헌팅 포스터
굿윌헌팅 포스터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땐 그냥 감동적인 드라마겠거니 했어요. 그런데 몇 년이 지나, 스무 살을 넘고 스물다섯을 향해가는 지금 다시 보니까, 너무 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굿 윌 헌팅은 단순한 수학 천재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오히려 우리가 숨기고 싶은 감정, 상처, 그리고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던 내면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영화예요. 20대, 특히 지금 무언가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서 있다면... 이 영화는 생각보다 훨씬 묵직한 울림을 줄지도 몰라요.

나도 모르게 감정이 겹쳐진다

주인공 ‘윌’은 겉보기엔 그냥 괴짜 청년 같아요. 친구들과 장난치고, 싸움도 서슴지 않고, 겉으로 보기엔 뭐든 쿨하게 넘기는 사람처럼 보여요. 근데 그 안에 숨겨진 게 많죠.

사실 윌은 천재예요. 그것도 MIT에서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수학적 재능을 가졌어요. 그런데 그는 그걸 자랑하거나 내세우지도 않아요. 오히려 더 감추려고 해요.

왜냐하면... 무서울 테니까요.

자신이 잘하는 걸 보여주는 순간, 누군가가 기대하고, 판단하고, 혹시라도 실수했을 때 낙인찍힐까 봐.

그 마음, 솔직히 너무 잘 알겠더라고요. 저도 가끔은 그런 생각하거든요.

“괜히 열심히 했는데 못하면 더 민망할걸?”, “사람들이 나를 알게 되면, 실망할 수도 있잖아.”

영화를 보다 보면 그런 윌의 방어기제가 하나하나 보여요.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선을 긋고, 상처받기 전에 먼저 밀어내죠. 스카일라가 사랑한다고 말해도 윌은 끝내 받아들이지 못해요. 자기 같은 사람은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믿는 거예요.

그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아, 나도 저렇게 누군가의 진심을 의심한 적 있었지. 내 마음 들킬까 봐 도망친 적 많았지.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이 이렇게 울릴 줄이야

굿 윌 헌팅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아마 이 대사일 거예요.

“It’s not your fault.”

심리상담사 숀(로빈 윌리엄스)이 윌에게 계속해서 말해주던 그 장면, 저도 숨 죽이고 봤어요.

처음엔 윌이 장난처럼 받아치다가, 숀이 몇 번을 반복해서 말하자 결국 무너지듯 오열하죠.

그 장면이 왜 이렇게 깊게 남았냐면… 우리도 사실 살아가면서 스스로를 너무 자주 탓하잖아요.

“내가 부족해서 그렇겠지.” “내가 참았어야 했는데.”

심지어 어릴 때 일어난 일, 내 잘못이 아니었던 일들조차도, 마음 어딘가엔 죄책감처럼 박혀 있더라고요.

영화는 그걸 정확히 짚어줘요.

우리가 진짜 회복하려면 누군가가 계속해서 말해줘야 한다고요.

네 잘못이 아니야. 너는 충분해.

그 말이, 진짜로 누군가의 입에서 나와 들리는 순간 우리 마음속에도 뭔가가 풀어지는 거죠.

나에게도 선택의 순간은 온다

윌은 MIT에서 일하는 교수들, 정부 기관, 연구소…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아요. 하지만 계속 거절하죠. 왜냐면,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 책임져야 하니까요.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그래요.

자신을 믿지 못하니까, 어떤 것도 자신 있게 선택하지 못하는 거예요.

이 부분은 정말 요즘 20대들 대부분이 공감할 거예요.

누가 딱 이 길로 가라고 정해주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선택해도 늘 ‘이게 맞는 걸까?’란 의심이 따라오죠.

그래서 우리는 선택 대신 ‘미루기’를 해요.

윌처럼 그냥 현상 유지하면서, 누가 다가오면 밀어내고, 깊어질수록 도망쳐요.

그런데 영화는 마지막에 윌에게 묻지 않아요.

“정답은 뭐야?”가 아니라,

“넌 뭘 하고 싶니?”라고 물어요.

그리고 윌은 결국 스카일라를 찾아 떠나요.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만 믿고, 두려움을 넘어서요.

그 선택이 멋있어서가 아니라, ‘자기 인생을 처음으로 자기가 선택했기’ 때문이에요.

이 영화를 꼭 20대가 봐야 하는 이유

굿 윌 헌팅은 대단한 스토리텔링이나 반전으로 승부 보는 영화는 아니에요.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깊이 박혀요.

누군가 내 얘기를 이렇게 세심하게 들여다본 적 있나 싶은 느낌이 들거든요.

이 영화는 “괜찮아, 너 그 자체로 충분해”라고 말해줘요.

지금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데 망설여지고,

아무리 노력해도 불안이 사라지지 않고,

내 마음을 어디에도 내놓을 수 없는 느낌이라면 이 영화를 꼭 봐야 해요.

그냥, 잠깐 멈춰서.

숨 한번 크게 쉬고, “나도 괜찮을지도 몰라”라고 말해볼 수 있게 만드는 영화예요.

그리고 그 말 하나면 사실, 진짜로 괜찮아지기 시작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