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옹을 처음 봤을 때가 중학생 시절이었어요.
그땐 그저 ‘킬러와 소녀가 함께 다닌다’는 설정이 독특하다고만 느꼈죠.
그런데 몇 년 후, 성인이 되고 나서 다시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참 묘한 감정이 밀려오더라고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대사 하나, 장면 하나가 다르게 느껴졌어요.
시간이 흐른 만큼 제 감정도 자라났고, 이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들도 조금은 더 명확히 보이기 시작했달까요.
레옹은 단순한 액션 영화로 보기에 너무 섬세한 감정을 품고 있어요.
총성과 피가 튀는 이야기 속에서도 ‘사람’이 살아 있거든요.
복수, 사랑, 성장.
이 세 가지 키워드가 이 영화를 관통하는 감정의 결이고, 그 안에서 우리는 각자의 감정을 투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글에서는 영화 레옹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회자되는지, 그 감성적인 이유를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풀어보려 해요.
1. 복수 - 마틸다가 꺼낸 첫 감정
레옹과 마틸다의 첫 만남은, 사실 충격적이에요.
가족을 잃고 절망 속에 서 있던 마틸다, 그리고 무심하게 문을 열어주는 킬러 레옹.
이 둘의 시작은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그림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영화는 그 어울림 없는 조합을 설득력 있게 풀어가죠.
마틸다는 레옹에게 이렇게 말하죠.
“킬러가 되는 법을 가르쳐줘요.”
그 말 안에는 슬픔, 분노, 공허함, 그리고 세상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어요.
그녀의 복수심은 그냥 누군가를 없애겠다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자신을 보호할 방법이 그것뿐이라고 믿게 된 결과였어요.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의 분노랄까요.
그런데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이 복수의 서사를 결코 낭만적으로만 그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마틸다가 총을 들고 직접 범인을 찾아가는 장면, 어찌 보면 철없는 행동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너무나 현실적이에요.
그리고 그 장면이 실패로 끝난 것도 참 의미 있어요.
감독 뤽 베송은 마틸다의 복수심을 통해 우리가 느끼는 ‘정의’라는 감정의 한계를 조용히 짚어내고 있었던 것 같아요.
레옹은 그런 마틸다를 말리면서도, 결국 그녀를 보호하는 선택을 해요.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그 역시 감정의 변화를 겪게 되죠.
2. 사랑 - 나이를 넘은 감정의 깊이
레옹을 이야기할 때, 사랑이라는 감정은 늘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해요.
왜냐하면 마틸다는 아직 어린아이였고, 레옹은 어른이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둘 사이의 관계를 단순히 ‘위험한 감정’으로만 보긴 어려워요.
왜냐면 이건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존재에 대한 인정과 따뜻한 의지의 연결이었거든요.
마틸다는 레옹에게 사랑을 말해요.
“당신을 사랑해요.”
이 장면을 보고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이 감정이 오히려 너무 슬프게 느껴졌어요.
세상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아이가, 처음으로 ‘지켜주는 사람’을 만났고, 그 감정을 ‘사랑’이라고 표현한 거죠.
그 감정이 성숙하거나 정확하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진심은 분명히 담겨 있었어요.
레옹도 마찬가지예요.
그는 처음엔 그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했죠.
하지만 점점 마틸다를 위해 요리를 해주고, 웃는 법을 배우고, 대화를 나누게 돼요.
감정 표현에 서툰 레옹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녀를 보호하려 했다는 점에서, 그 역시 누군가를 진심으로 아낀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이 영화가 말하는 사랑은, 로맨틱한 감정보다는 존재에 대한 이해와 공감, 책임에 가까워요.
그리고 그것이 레옹과 마틸다의 관계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죠.
3. 성장 - 소녀에서 사람으로, 킬러에서 인간으로
‘성장’은 이 영화의 또 다른 핵심이에요.
레옹도, 마틸다도 처음엔 감정이 얼어붙은 사람들이었죠.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던 두 사람이 서로를 만나면서 조금씩 변화해요.
레옹은 늘 식물 하나만 키우며 살았어요.
물 주고, 햇빛에 두고, 말없이 살아가는 존재.
그 식물은 아마 레옹 자신의 메타포였을지도 몰라요.
움직이지 않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살아가는 방식 말이죠.
하지만 마틸다와 함께한 이후, 그는 말이 많아졌고 웃기 시작했어요.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누군가의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변화는 오래 걸리지 않더라고요.
그 순간을 만나느냐 못 만나느냐의 차이인 거죠.
마틸다도 성장했어요.
총을 들고 복수를 외치던 아이가, 마지막에는 레옹의 화분을 들고 학교로 돌아가요.
총 대신 뿌리를 내린 화분.
그건 그녀가 선택한 새로운 삶의 방식이에요.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레옹은 마틸다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져요.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죽는 사람’이 됐죠.
처음엔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살아갔던 남자가, 결국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생을 마무리했다는 사실이 참 울컥하더라고요.
느낀 점
레옹은 오랫동안 사랑받는 영화예요.
단지 액션이 멋있어서도, 배우들이 유명해서도 아니에요.
그보단,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감정의 울림이 크기 때문이죠.
복수의 허무함, 사랑의 정의, 삶과 죽음 사이에서의 선택, 그리고 사람으로서의 성장.
이 모든 게 영화 한 편 안에 진하게 녹아 있어요.
어쩌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인생 영화로 기억하는 게 아닐까요?
혹시 아직 이 영화를 안 보셨다면, 지금 이 글을 계기로 한번 감상해보시는 건 어때요?
그리고 이미 봤던 분이라면… 조용한 밤, 다시 한 번 그 감정을 꺼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